제목   [기고]한국형 고속철도의 이름은
기고일   2006-04-24 첨부
     
 
한국의 철도기술인들은 시속 350㎞의 고속철도 시스템을 개발하 고, 이 시스템을 국내에 실용화시킴과 아울러 세계에 진출하려는 자랑스러운 희망을 가지고 있다. 이 시스템은 프랑스 고속철도 인 테제베(TGV·Train a Grande Vitesse)와는 다르다. 국가의 연 구·개발(R&D) 사업으로 1997년 12월부터 시작하여 6년간의 기술 개발과 12만㎞ 시험운행을 무사고로 성공시킨 독자기술이다. 한국 철도공사의 10량 10편성 국제 입찰에서 이 시스템이 프랑스 알스 톰사를 제치고 우선협상 대상으로 선정됐고, 2008년부터 5편성은 호남선에, 나머지 5편성은 전라선에 투입될 것이다.

이 시스템을 ‘한국형고속철도’ 라고 하는데, 공식 이름이 아 니라 한국의 고유모델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붙인 이름이다.

그런데 이 시스템은 ‘G7’ 으로 더 많이 불린다. 왜 그렇게 부르느냐고 묻는다면 대답하기가 쉽지 않다. 과학기술을 G7국가( 서방선진 7개국·Group of Seven) 수준으로 끌어올려 보자는 기 치 아래 추진했던 선도기술 개발사업의 한 꼭지로 포함되면서 붙인 이름일 뿐이기 때문이다. 여러 개의 G7사업 가운데 하나지만, 개발과정에서 철도 기술인들 사이에서 저절로 회자된 듯하다.

그 결과 우리를 찾는 외국인에게, 또는 해외에 나가서 우리의 시 스템을 소개할 때에는 마땅한 이름이 없어 모델명인 ‘HSR350x ’ 를 사용하고 있다. 시속 350㎞ 속도를 가진 고속철도라는 뜻 이다. 하지만 실용화 이후에는 사용하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.

일본의 고속철도 시스템은 신칸센(新幹線)이라고 한다. 새로운 간선노선이라는 뜻의 한자어를 일본어 발음으로 표기한 것이고, 프랑스의 테제베는 프랑스어로 ‘매우 빠른 열차’ 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. 독일의 이체에(ICE·Inter-City Express)는 ‘도 시간 고속열차’ 라는 뜻의 약칭이다. 신칸센이나 테제베는 너무 알려져서 고속철도의 일반명사로 통용되기도 하는데, 이는 계속적 으로 개발하는 후속 시스템을 같은 이름으로 부르면서 시리즈로 표기하기 때문이다.

우리의 ‘HSR350x’ 는 우리 손으로 탄생시킨 신기술이다. 새로 태어난 아기에게 이름을 지어주어야 하듯이, 우리가 개발한 새 로운 열차 시스템에 알맞은 이름을 하루바삐 지어주었으면 한다.

한국에서 운행중인 고속철도 KTX와는 별개의 사안이다. 프랑스인 들은 한국의 KTX가 프랑스의 TGV 시스템의 하나임을 자랑하고 있 다. 그들의 기술에 바탕을 두었다는 자부심의 표현이다. 우리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기술에 우리의 이름을 붙여주어야 하는 필요 성도 바로 여기에 있다.

세계철도연맹(UIC)이 주최한 ‘유레일 스피드 2005(Eurail Spee d 2005)’ 가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렸었는데, 행사의 분위기는 고속철도 시스템 개발 경험이 있는 프랑스·독일·일본을 중심 으로 이뤄졌다. 고속철도를 운행하고 있는 이탈리아·스페인의 활동도 돋보였다. 우리나라도 KTX의 성공적인 운행과 ‘HSR350x ’ 의 개발과정을 소개했다. 놀라고, 부러워하는 분위기 속에서 세계 4번째 고속철도 기술개발 국가임을 당당히 알렸다.

우리는 개발을 완료하고 실용화를 준비중인 ‘HSR350x’ 외에 기존철도 노선에서 시속 200㎞로 달릴 수 있는 틸팅열차 시스템 의 시험운행을 올해 말부터 시작하고, 최고속도 시속 400㎞의 동 력분산식 고속철도 시스템 개발도 내년부터 추진할 것이다. 모두 하나의 이름으로서, 순차적 시리즈 형식으로 불리면 좋을 것이 다. 테제베,이체에, 신칸센 등의 고속철도 시스템 이름들이 영속성 을 가지고 불리듯이. 우리들에게는 자랑스럽게, 세계인들에게는 사랑스럽게 불릴 한국형 고속철도의 이름이 필요하다. 우리가 사 랑하고 아끼는 한글처럼 우리가 사랑하고 아끼는 고속철도 시스 템이었으면 한다. 좋은 이름이 없을까.

[문화일보 2006-04-24]